보스턴의 찰스타운(Charlestown)은 미국 독립혁명의 숨결이 살아있는 동시에 한적한 항구 마을의 매력을 간직한 곳입니다. 다운타운 보스턴에서 강 하나를 건너면 나타나는 이 동네는 보스턴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으로, 식민지 시대와 혁명기의 역사가 거리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붉은 벽돌집이 늘어선 언덕길, 램프 불빛이 반짝이는 코블스톤 거리, 항구에 정박한 범선과 군함까지 – 찰스타운은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보석 같은 곳입니다. 이제 찰스타운의 다섯 가지 매력을 따라, 그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알찬 여행 루트를 살펴보겠습니다.
1. 찰스타운의 위치와 역사적 배경
찰스타운은 보스턴 북쪽에 위치한 작은 반도로, 남쪽으로는 찰스 강(Charles River), 동쪽으로는 미스틱 강(Mystic River)과 보스턴 하버(Boston Harbor)를 접하고 있습니다 . 지리적으로 보스턴 시내와 강으로 분리되어 있어 약간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찰스타운 브리지(Charlestown Bridge)로 노스 엔드(North End)와 연결되어 도심 접근성도 훌륭합니다. 원래 1628년에 설립되어 보스턴보다도 먼저 생겨난 이곳은, 한때 매사추세츠 만 식민지(Massachusetts Bay Colony)의 첫 수도 역할을 했던 유서 깊은 땅입니다 . 실제로 찰스타운 남쪽의 시티 스퀘어(City Square)를 가보면 1629년에 설계된 타원형 거리 구조가 남아 있어, 이곳이 보스턴 지역 최초의 도시 계획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찰스타운은 식민지 시절 청교도들이 정착한 뉴잉글랜드 최초의 영국인 취락지 중 하나로 출발했습니다. 1630년 존 윈스럽(John Winthrop)을 비롯한 개척자들이 잠시 이곳에 머물렀다가, 강 건너 현재의 보스턴인 쇼머트 반도(Shawmut Peninsula)로 옮겨간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 그 후 찰스타운은 자체적으로 성장하여 1848년에 시로 승격되었고, 1874년에 보스턴시에 공식 합병되었습니다. 이때까지 찰스타운은 행정적으로 미들섹스 카운티에 속했다가, 보스턴과 합쳐지며 서퍽 카운티로 바뀌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는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대거 정착하여 아일랜드계 미국인 커뮤니티가 두드러졌고, 20세기 중반에는 노동계층의 거주지로 활기를 띠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찰스타운은 보스턴에서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부촌 중 하나가 되었는데, 가구 중간 소득이 14만 달러를 넘겨 시포트 지구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물론 아직도 찰스타운에는 오래된 공영주택단지와 다세대 주택 등이 남아 있어 전통적인 “타우니(Townie)”라 불리는 토박이 주민 문화와 신흥 부유층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찰스타운은 혁명 정신의 성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1775년 미국 독립전쟁 첫 주요 전투인 벙커 힐 전투(Battle of Bunker Hill)가 바로 이곳에서 벌어졌는데, 당시 전투로 마을 전체가 불타버렸을 정도로 격전지였습니다. 전쟁 후 재건된 찰스타운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찰스타운 해군조선소(Charlestown Navy Yard) 같은 대형 시설이 들어섰고, 2차 대전 중에는 무려 5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풍부한 역사 덕분에 찰스타운 곳곳에는 기념비와 유적지가 많은데, 이는 아래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오늘날 여행객들은 찰스타운을 걸으며 식민지 개척부터 독립전쟁, 산업화 시기까지 아우르는 역사 이야기를 한 도시 안에서 모두 체험할 수 있습니다. 거리마다 세워진 옛 건물의 안내판이나 노새 조각상, 그리고 수 세기 전통의 선술집까지, 찰스타운의 과거와 현재는 여행자의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모습을 드러냅니다.
2. 벙커 힐 기념탑과 찰스타운의 독립정신
보스턴 시내 어디에서든 북쪽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치 첨성대처럼 우뚝 솟은 벙커 힐 기념탑(Bunker Hill Monument)이 눈에 들어옵니다. 높이 221피트(67m)에 달하는 이 화강암 오벨리스크는 미국 독립혁명의 첫 대규모 교전인 벙커 힐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입니다. 비록 영국군이 이긴 전투였지만, “탄약이 떨어질 때까지 사격을 아껴라(Don’t fire until you see the whites of their eyes)”라는 말로 상징되는 식민지 민병대의 결연한 항전 정신은 미국인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이 기념탑은 바로 그 독립정신의 상징으로, 50주년이 되던 해인 1825년 라파예트 장군이 초석을 놓고 건립을 시작해 17년간의 공사 끝에 1843년 완공되었습니다. 탑이 서 있는 언덕은 사실 벙커 힐이 아닌 브리드 힐(Breed’s Hill)인데, 이는 전투가 벌어진 실제 위치가 인근의 브리드 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름의 혼동에도 불구하고, 벙커 힐 전투의 기억은 이곳 언덕 위에 세워진 기념탑으로 굳건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기념탑이 있는 Monument Square에 올라서면, 탑 앞에 당당히 서 있는 윌리엄 프레스콧(William Prescott) 장군 동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프레스콧은 벙커 힐 전투 당시 식민지군을 지휘한 인물로, 동상의 날카로운 눈빛에서 당시 투지와 희생의 역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좁은 나선형 계단 294계단을 직접 걸어서 탑 꼭대기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는데, 정상에 서면 보스턴 시내와 하버, 그리고 멀리는 캠브리지까지 시원하게 펼쳐지는 360도 전망이 보상처럼 따라옵니다. 정상의 작은 창문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찰스타운의 벽돌 지붕들과 잔잔한 항구 풍경, 그리고 멀리 고층 빌딩 숲을 이루는 다운타운 보스턴의 대비는 찰스타운이 품은 역사와 현대의 교차점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기념탑 옆에는 벙커 힐 박물관(Bunker Hill Museum)도 자리해 있어 전투 관련 유물과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특히 전투 장면 디오라마나 병사들의 장비를 재현한 전시물은 역사에 한층 생동감을 더해줍니다.
찰스타운 주민들에게 벙커 힐 기념탑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역 정체성의 핵심입니다. 매년 6월 전투 기념일 즈음에는 벙커 힐 데이라 하여 퍼레이드 등 지역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주민들은 집집마다 성조기와 혁명 기 깃발을 내걸며 선조들의 희생을 기립니다. 이웃들은 이 시기에 서로 모여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에게 지역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곤 합니다. 한적한 평일 아침에 기념탑 주변을 산책해 보면, 조깅을 하는 현지인들 틈에서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이 동상 앞에서 잠시 멈춰 아이에게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벙커 힐 기념탑은 찰스타운의 독립정신을 상징하며 세대를 넘어 그 의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3. USS Constitution과 해양문화 유산
찰스타운 해안가에 내려서면, 18세기의 웅장한 범선 한 척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바로 미국 해군의 보물이라 할 USS 컨스티튜션함(USS Constitution), 애칭으로 “올드 아이언사이드(Old Ironsides)”라는 별명을 가진 전설적인 군함입니다. 1797년에 진수된 이 목조 범선은 세계에서 현재까지 운항 가능한 가장 오래된 현역 군함으로, 미 해군에 정식으로 편제되어 있습니다. 1812년 미영전쟁 당시 영국군과의 교전에서 포탄이 선체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갈 정도로 튼튼한 참나무 선체를 지녀 “올드 아이언사이드(늙은 철갑선)”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미국 해군의 승리와 항해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배는 현재 찰스타운 해군조선소 내 부두에 정박되어 있으며, 선체는 잘 복원되어 옛 위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돛대와 밧줄, 대포들이 늘어선 갑판을 직접 밟아보면, 200여 년 전 대서양을 누비던 선원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USS 컨스티튜션호는 현역 군함이지만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탑승해 견학할 수 있습니다. 부두 입구에서 보안 검색과 간단한 신분증 확인을 거치면, 해군 제복을 입은 현역 승조원들이 직접 안내를 도와줍니다. 이들은 배의 역사와 구조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해주고 질문에도 친절히 답해주는데, 모두 미국 해군 소속으로서 전통을 이어가는 현역 선원들입니다. 매일 아침 8시와 해질녘에는 함선에서 실제로 축포용 캐논을 발사하는 의식도 진행되어, 찰스타운 일대에 붕 울려퍼지는 포성은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시간의 신호처럼 들립니다. 배 바로 옆에는 USS 컨스티튜션 박물관(USS Constitution Museum)도 자리하고 있어, 배 건조에 사용된 목재와 선박 기술, 선원들의 생활상 등을 생생하게 전시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동반 여행자라면 이 박물관에서 작은 범선 모형을 만들거나 해군 제복 체험을 해볼 수도 있어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찰스타운의 해양문화 유산은 이 군함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서도 흠뻑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 미국 해군의 주요 조선소였던 찰스타운 해군조선소 부지는 현재 보스턴 국립 역사공원(Boston National Historical Park)의 일부로 정비되어 있습니다. 부두를 따라 조성된 하버워크(Harborwalk) 산책로를 걸으면, 한쪽에는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돛대들이 줄지어 서 있고 다른 한쪽에는 옛 해군 창고 건물을 개조한 현대식 아파트와 레스토랑이 이어집니다. 바닷가에는 컨스티튜션 마리나(Constitution Marina)와 쉽야드 쿼터스 마리나(Shipyard Quarters Marina) 등 두 곳의 마리나에 요트와 보트들이 정박해 있어 한적한 항구 도시의 일상 풍경을 자아냅니다. 저녁 무렵이 되면 일몰을 배경으로 항구에 울려퍼지는 컨스티튜션호의 포성과 함께, 돛대 사이로 노을빛이 번져나가는 장면은 사진 애호가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찰스타운만의 특별한 순간입니다.
4. 벽돌집과 고급 주택, 조용한 항구의 주거문화
찰스타운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줄지어 늘어선 벽돌집(row house)들입니다.
좁은 골목에는 아직도 옛 가스등 스타일의 가로등불이 켜져 저녁이면 황홀한 주황빛 조명을 드리우고, 벽돌로 포장된 인도에는 작은 정원과 꽃 상자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 주택들은 최근 보수와 리모델링을 거치며 내부가 현대적으로 단장된 경우도 많지만, 외관만큼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역사 지구의 품격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현관 옆에 붙은 플라크에는 1800년대 건축 연도와 당시 주인의 이름이 적힌 것을 볼 수 있는데, 어떤 집은 200년도 넘은 것도 있어 지역의 살아있는 역사로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한편 찰스타운은 최근 보스턴에서 손꼽히는 부촌(富村)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들은 리모델링되어 고급화되었고, 해군조선소 부지와 강가를 따라는 현대적인 고급 콘도미니엄 단지들이 들어섰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해군 병원이 있던 자리에 지어진 포지 힐 콘도(Forge Hill Condos)나 항구를 내려다보는 전망을 자랑하는 피어 6 레지던스(Pier 6 Residences) 등이 현지 부동산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택들은 가격대가 상당하지만, 그만큼 보스턴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조용한 환경과 전망을 누릴 수 있어 전문직 종사자들과 가족 단위 주민들에게 매력적입니다. 실제로 찰스타운의 주민들은 가족 중심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데, 오래전부터 살아온 토박이든 새로 이주한 젊은 부부든 모두 이 작은 마을 같은 분위기에 녹아듭니다. 이웃끼리 서로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하며, 아이들은 골목 공터나 공원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이 평범합니다. 현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마치 오래 전 작은 시골 마을에 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웃이 서로 아이를 함께 보살펴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찰스타운에서는 다른 보스턴 도심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아이들이 길에서 노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고, 주민들은 서로의 아이들을 함께 지켜봐주며 공동체 의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찰스타운의 조용한 항구는 이 지역 주거문화의 편안함을 잘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주말이면 주민들은 집 앞 항구 산책로를 따라 조깅을 하거나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즐기고, 곳곳의 작은 공원에서는 가족들이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깁니다. 찰스타운 해변을 따라 난 벤치에 앉으면, 눈앞의 물결 위로 흰 돛을 올린 요트들이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저 멀리 벙커 힐 기념탑이 그 배경으로 솟아 있는 그림 같은 일상의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관광객이라면 주민들의 이런 여유로운 일상에 슬며시 섞여, 마치 현지인이 된 것처럼 한 템포 느린 보스턴 생활을 만끽해보세요. 특히 강가에서 바라보는 일몰 무렵의 풍경은 일품인데, 붉은 노을에 물든 하늘 아래 벽돌집 창마다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잔잔한 물결 위로 석양빛이 반짝이는 모습은 카메라에 담아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어질 만큼 낭만적입니다. 사진 애호가들은 컨스티튜션호와 보스턴 스카이라인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항구 전망 포인트나, 벙커 힐 기념탑과 붉은 벽돌 지붕들이 어우러진 마을 전경을 찍을 수 있는 언덕길 등 찰스타운만의 촬영 명소도 놓치지 말고 찾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5. 찰스타운을 잘 즐기는 여행 루트
찰스타운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려면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를 할애해 천천히 걸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보스턴 시내에서 출발한다면 프리덤 트레일(Freedom Trail)을 따라 노스 엔드를 지나 찰스타운 브리지를 건너거나, 혹은 롱워프(Long Wharf)에서 출발하는 보스턴 행정 페리(Charlestown Ferry)를 타고 항만을 가로질러 찰스타운에 도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페리를 이용하면 짧지만 멋진 보스턴 스카이라인과 항구 풍경을 감상하며 이동할 수 있어 적극 권장합니다. 자, 이제 역사와 풍경이 가득한 찰스타운 여행 루트를 한 걸음씩 따라가 볼까요?
- 찰스타운 해군조선소 & USS 컨스티튜션 견학 – 여행의 시작은 찰스타운 해군조선소 부지로 잡으세요. 이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USS 컨스티튜션함과 박물관을 둘러봅니다. 아침 일찍 가면 비교적 한산하게 관람할 수 있고, 운이 좋다면 8시의 함포 발사 의식도 보게 될지 모릅니다. 배 위에서는 해군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갑판, 선실 등을 둘러보고, 박물관에 들러 전설적인 올드 아이언사이드의 모든 것을 배우세요. 견학을 마친 후에는 조선소 부두 주변을 거닐며 거대한 해군 건조 시설과 항구 경치를 구경합니다.
- 워렌 선술집에서 점심 – 늦은 오전까지 해군조선소 일대를 둘러봤다면, 슬슬 찰스타운 마을 안쪽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을 시간입니다. 워렌 태번(Warren Tavern)을 추천하는데, 1780년에 지어진 매사추세츠 최고(最古)의 선술집으로 조지 워싱턴과 폴 리비어도 방문했던 곳입니다. 벽난로가 있는 아늑한 내부에서 크램 차우더 같은 뉴잉글랜드 전통 음식을 맛보며 한때 혁명가들이 머물던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여행 블로그 감성을 살려, 두꺼운 나무 테이블과 삐걱거리는 바닥에서 풍기는 식민지 시대 향취를 사진에 담아보는 것도 잊지 마세요.
- 찰스타운 언덕길 산책 & 주민 생활 엿보기 – 점심 후에는 기념탑 방향으로 향하는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와 참스(Strams) 골목 등의 동네 길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길을 따라 늘어선 벽돌집들과 성당, 학교 등의 건물을 구경하며 찰스타운 주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이웃들이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이 지역 특유의 친밀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중간중간 보이는 작은 공원이나 윈스롭 스퀘어(Winthrop Square) 같은 녹지 공간에 잠시 앉아, 동네의 소리를 귀 기울여 보세요. 교회 종소리, 멀리서 들리는 배 경적, 그리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찰스타운의 조용하고 따뜻한 공동체 분위기를 전해줍니다.
- 벙커 힐 기념탑 오르기 – 오후에는 드디어 벙커 힐 기념탑에 도착해보세요. 기념탑 옆 작은 로지(Lodge) 건물에서 입장 안내를 받은 뒤, 294계단의 좁은 나선 계단을 올라갑니다. 약간 숨이 차오를 때쯤 만나는 정상 전망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보스턴 전경은 잊지 못할 장면을 선사합니다. 아래로는 차분한 찰스타운 마을과 반짝이는 항구, 강 너머로는 고층 빌딩이 늘어선 보스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죠. 전망대는 공간이 협소하니 다른 관광객과 교대로 양보하며 천천히 경치를 즐기고, 사진 촬영은 필요 최소한으로만 하고 눈으로 담는 것을 추천합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벙커 힐 박물관에도 들러 전투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겨보고, 기념품 가게에서 올드 아이언사이드 모형 배나 벙커 힐 티셔츠 같은 기념품도 구경해보세요.
- 시티 스퀘어 & 여행 마무리 – 기념탑 견학을 마쳤다면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기 전 찰스타운 남쪽의 시티 스퀘어로 내려옵니다. 이곳은 예전 식민지 시절 찰스타운의 중심부로, 현재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잠시 쉬기에 좋습니다. 벤치에 앉아 오늘 걸어온 길을 떠올리며, 1629년에 형성된 거리윤곽이 남아있는 스퀘어 주변을 둘러보세요. 마지막으로 찰스타운 밀교(Charlestown Bridge)를 다시 건너 보스턴 시내로 향하거나, 아까와는 반대로 페리를 타고 항구를 건너며 찰스타운과 작별합니다. 해질녘 페리 선상에서 뒤돌아본 찰스타운 언덕 위로 벙커 힐 기념탑이 석양을 받아 빛나는 모습은 여행의 여운을 아름답게 남겨줄 것입니다.
찰스타운은 보스턴 여행자들에게 종종 프리덤 트레일의 끝자락 정도로만 인식되곤 하지만, 직접 걸어보면 하나의 독립된 매력 도시임을 깨닫게 됩니다. 미국 건국 역사의 현장을 밟으며 동시에 현지인들의 삶의 온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곳, 한쪽에는 혁명의 깃발이 휘날리고 다른 한쪽에는 일상이 조용히 흐르는 곳 – 찰스타운은 그 특별한 조화를 통해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찰스타운의 골목골목을 탐험해 보세요. 보스턴에서의 여행이 한층 풍성해질 것입니다.
참고자료: 보스턴 찰스타운 역사 및 관광 정보 (Charlestown: A Boston neighborhood guide | WBUR News) (Charlestown: A Boston neighborhood guide | WBUR News) (Bunker Hill - Boston National Historical Park (U.S. National Park Service)) (USS Constitution - Boston National Historical Park (U.S. National Park Service)), WBUR 보도자료 (Charlestown: A Boston neighborhood guide | WBUR News),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자료 (USS Constitution - Boston National Historical Park (U.S. National Park Service)), 워렌 태번 공식 웹사이트 (Warren Tavern – A Historic Tavern in Charlestown) 등.